다른 쉐어집에 오고 나서 절망적인 10일이 지났다. 그동안 뇌와 몸이 멈춰 있었다.

절망적이라기보단 더위에 지쳐 만사 귀찮아지고 몸이 풀어져 버린 게으름뱅이가 됐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웬만하면 좁은 방 정리하고 살고 있는데, 이곳 이사 오고 나서 그냥 다 널부러져 있다.

가끔 tv에 보면 집안 꼴이 쓰레기장으로 바뀌어 있는 장면들을 보면서 얼마나 게으르면 저러고 살지 하며 한숨을 내쉰 적이 있는데... 조금 이해가 된다.

무기력해진다는 것, 사람을 놓게 만든다. 또한 덥고 습한 날씨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느낀 10일이었다.

물론 이 날씨가 끝난 건 아닌데 이젠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가고 있고 대응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칼칼하면서 살갗에 짝 와닿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적응이 되어 버린 피부.

그 피부를 텁텁하고 끈적끈적한 땀으로 덮으면 생기는 날카로운 뇌의 반응. 숨이 바로 턱 밑까지 차고 오르면 살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심장의 꿈틀거림. ...